
색에 대한 유행은, 그 계절 혹은, 패션과 관계된 트랜드와는 또 별도다. 별개의 사이클로 그 돌아가는 기간도 제각각이다. 내 인생의 컬러컨셉은 너무 오랜기간 블랙이었다. 옷장을 열면 온통 검정옷 뿐이었고, 악세사리도 마찬가지였다. 옷이 바뀌어도 얼마나 바뀌는지 모를만큼, 혹은 옷이 얼마나 있는지 잘 알 수 없을 정도로 매일 바뀌는 옷이 죄다 블랙이라 어쩌면 그닥 티가 나지 않았다. 옷을 고를때는 대신 편한 점이 있었다. 매장의 검정색을 따라가 몇개보고 나면 이미 살것인지 말것인지가 바로 결정되기 때문에 색때문에 고심할 필요가 없었고, 모두 검정인 덕분에 따로 코디를 하는데 어려운 점이 없었다. 대신 그저 매일 검정일색이라는 것만 받아들이면 말이다. 그 색에 대한 고민없이 지낸 지독히 오랜 기간을 뒤로 하고 언제부턴가 포인트 컬러라고 생각하던 레드가 점차 비율이 높아지더니 툭하면 빨간바지를 입을 만큼 검정을 떼어내고 과감해졌다. 그 후로 한동안은 '검정이 아닌 컬러'가 셀렉 포인트가 되었다. 불과 얼마안되는 기간이었지만, 그 사이 옷장안은 많이 컬러풀해졌다. 완벽히 알록달록은 아니더라도, 올리브그린, 블루, 체리핑크, 레드가 더러 섞였고 블랙은 덩어리지어 옷장 깊숙한 속으로 숨겨졌다.
그러다 다시 블랙에 꽂혔다. 사이키한 블랙, 그레이가 섞인 블랙, 골드나 실버가 범벅된 블랙.. 스모키한 메이크업. 왠지 성격마저도 블랙 그때로 돌아간 듯한 기분은 좋은 것반, 별로인 것 반이지만, 옷을 고를때 다시 편해졌다는 기분만은 확실하다. 근래들어 누군가에게는 버럭거리고 싶어졌으며, 참는다는 게 아무것도 아닌 듯 어렵지 않게 지내면서도 마치 어렵게 참아낸 것처럼 있는 대로 생색을 내 참 없어보이는 짓거리를 하고 싶어졌다. 없는 시간에 티격거릴 짬도 없이 참은 게 아쉬운 줄 모르고 주어진 시간을 그 모진 시간의 어려움을 논하기 바쁜 어리석은 짓이 하고싶어라 한다. 가끔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어쩌면 화이트나 핑크에 꽂혀있을 때가 좋았다. 그땐, 기분이라도 샤방거렸건만.
at 2009/09/2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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