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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쉬운 인연, 참 쉬운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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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 회의에 제대로 강적 건설사 만났다는 말에, 듣는 사람 속까지 울렁거린다. 드디어 보게 되었던 영화에서 그의 디자인을 확인했던 날. 그게 외국에 있는 것처럼 해서 나오긴 했는데 실상 평창에 있는 것이었던 게란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테다. 자정즈음이 되어가는 시각. 주중에 새벽기상이 잦아 취침시간이 은근 신경쓰였던 것에 비해 내일은 그래도 양호한 편이다. 왠지 칼칼한 목구멍으로 시원한 맥주를 넘겨주고 싶지만, 마치 작정하고 금주를 하는 사람처럼 술로 치기도 애매한 그것을 하나 따는 것도 어쩐지 술스러워 선뜻 못하고 만다.

2단계는 그리 길지 않았다. 3단계는 바로 이런 것이었구나..를 생각하니,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도 알겠다. 좋은 게 너무 잠시였던 건 그 잘난 변덕 덕분이다. 그렇게 되어가는 꼴을 보면서 그럼 그렇지.. 의 생각에, 약간의 아쉬움. 안도감과 서운함 같은 것이 마구 오버랩이 되며 교차한다. 거기에 뭘 더 넣어줘야 좀 더 맛이 날까. 한스푼의 냉랭함과, 감정의 기복 따위 조금, 퇴색되어 갈 기억, 무표정함 두큰술. 그렇게 버무려 물 넣고 아주 뜨거워지지 않을 정도로 살짝 데쳐주는 일. 일정기간의 구간반복이 있을까 모르겠지만, 몇가지 마음에 걸리는 그것들을 증폭시켜 제대로 이용하고픈 마음이 큰 건, 일종의 자기방어시스템의 작동과 새로운 1단계 찾기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인지. 곧죽어도 이건 아니지.. 싶은, 딱 그것이 제대로 건들여진 것인지. 모르면 또 모르는 채로 둘 그것들.

죽으란 법은 없어. 내겐 항상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어왔으니까.. 그게 막연히 믿는 운명이었다. 여기저기서 총알이 날아와도 그것들이 결국은 주인공을 다 빗겨 엑스트라들만 무수히 죽이고, 그 험난한 액션 속에서 장렬히 전사하는 법 없이 꿋꿋하게 살아남곤 했던 그 자의 운명마냥. 세상에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나도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절묘한 타이밍에 꼭 어디선가 빠져나갈 길이 나타나곤 했다. 그것도 극한에 몰리기 꽤 전에 슬금슬금 나타나 사람을 애타게 해본적이 없다. 늘 그랬다. 그래서 모든게 참 쉬웠고, 큰 곤경에 빠지거나 어려워 바둥거려본 적이 없다. 참으로 운 좋은 인생이었다. 지나고나면 또 아무것도 아닐것을. 어제.. 잠시간, 빠져나갈 구멍이 좀체 보이지 않았다. 현실이란건 영화와 달라서 진퇴양난에 빠지면, 그뿐이라는 사실을 알 일이 생겼더랬다. 굳이 영화로 따지면 좀 싱겁게 극적인 맛에 논리가 좀 부족한 상태에서 해결이 되었고, 그 해결은 또 다른 해결로 이어지면서 상황을 좀 갑작스럽게 종결시켰다. 그래서 또 한번. 그 인생에 막힐 게 없는 참 쉬운 운명..이 되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정말이지 데드라인이라고 생각했던 선을 넘을 일이 없도록.. 그저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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