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nsation and Perce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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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를 상실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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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runo Ehrs

가끔 한번씩 상상해 보는 종류의 것. 마치 자살같은, 조금은 자극적인 구석이 있는 류로 그러면 어떻게 될까를 생각하며 재미있어 하는 일이 그닥 이상한 것이라 생각되진 않는다. 그런 일 중 하나였다. 자살보다 지독히 수준이 떨어지긴 하지만, 분류를 굳이 하자면 상상하며 재미를 느끼는 것이지만, 대충 좀 끔찍하거나 별로인 상황이라 일어나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하는 것. 하지만 막상 그런 것들을 핑계로 실컷 부려볼 것도 같던 유세도 없이 아무일 없는 사람마냥 지내는 게 무슨 재미라고 기대했던 것인지 모르겠다. 아마 자살도 그럴 것이다. 그전에 어떻겠지.. 라고 잔뜩 기대하는 것의 반에 반도 못 미칠.. 하지만, 그걸 보진 못할테니 모르는 게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여하간, 첩첩산중의 상황 속에서도 답답하거나 근질거리는 입을 참기 어렵거나 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이제 소소한 것들에 대해 꿀꺽 삼키는 것은 어느 정도 된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래서 때론 지인이나 혹은 절친에게 일종의 의무감으로 털어놓기도 했지만.. 쌓인 내공이 기특한 건 바로 이럴때다. 아무렇지도 않게 상황을 이용한 개그를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당구도 치고, 수다도 떨고 술도 마신다. 한번은 한밤중 연달은 문자를 보내온 심난한 친구의 마음을 달래주겠다고 다음날 그녀를 만나 술을 푸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듣고 생각들을 얘기하고 앞으로 어쩌면 좋겠다 등등을 주고받았다. 그런 것들이 거의 끝날 즈음 마치 이건 그냥 보너스야.. 하는 분위기로 아무렇지 않게 던진 얘기에, 그녀는 너무 미안해하며 할 말이 없다 했다. 아니, 그럴 필요없었다. 괜찮은 척이 아니라 정말 괜찮은거야. 신기할 정도로.. 그 말을 몇번이나 했지만 소용없었다. 다만, 네가 그리도 씩씩한 게 다행이고 놀랍다고. 아니다. 진실로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다음날이던가 그 다음날. 또다시 한밤중에.. 휴대폰도 아닌 집전화로 그녀의 전화를 받았다. 일상적이지 않은 상대의 지나친 배려는 가끔 부담이다. 정말 고맙지만, 정말 괜찮았다. 그리하여.. 안타깝게도 신경쓰임을 잊을 수 있어 아무렇지 않게 대수롭지 않게.. 그래서 아쉽게도 그 핑계로 누구도 괴롭히지 못하고 지나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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