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작스런 약속에 부랴부랴 옷도 못 갖춰 입고 그대로 직행. 그런걸 좀 더 감안해서 차려입고 나왔으면 좋았으리란 생각이 들긴 했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바로 출발하면 30분 안에 도착할 거라는 얘기. 그 안에 어딘가 자리를 예약해두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정장을 갖춰 입지 못했다는 것에 더해 한창 막힐 시간에 돌입했던 저녁타임. 여러가지를 한꺼번에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일단 장소를 하나 얘기했을 때, 정치인들 많이 오는 그곳을 도대체 어떻게 알고 말을 하느냐는 질문이 웃겼고, 그럼 두가지. 정치인과 마주칠 게 신경쓰이는 건지. 정치 안하는 사람이라 갈 수 없는 것이냐는 실소까진 그저 마음 속으로.. 여하간, 옷을 갈아입고 다시 나가느냐, 바로 가느냐의 기로에서는 사람을 기다리게 하는 것이 더 마이너스라는 생각. 그건 맞았다. 어차피 외부에 있어서 최대한 서둘러 가보겠다는 말을 했고, 허겁지겁 도착은 했지만 바로 오느라 술자리 빤히 알면서 차를 갖고 온 걸 들켰고.. 허나, 제가 급히 오느라 제대로 갖춰 입고 오질 못했더란 말에 무슨 상관이냐며 괜찮다하니 기다리며 짜증나게 하는 것보단 잘했지 싶었다.
나이차가 많은 사람을 상대하다보면, 접대의 개념도 모호해진다. 한번 사려해도 대리비까지 주려 난리다. 계산을 한다는 것이 되려 무례해 보일 정도로 이상한 상황이 된다. 식사 맛있게 하면 그만. 그 덕분에 비즈니스용으로다 좋은데 돌아다니니 좋고, 그러다보니 급할 때 찾을 예약장소 킵해 놓을 폴더까지 당당히 '접대'라는 이름으로 즐겨찾기에 꾸겨넣었으니.. 문제는, 일이 어떻게 풀리냐의 것인데, 반반이었다. 아니다. 그것보다 차라리 좋은 쪽으로 마무리된 것 같다. 낮에 괜한 자극한다고 전화로 슬며시 흘린 얘기가 자칫 와전된 상태에서 미팅이 안 잡히면 어떻게 해명하나 답답해했으니까. 역시 얼굴 맞대고 푸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적당히 치고 들어가기를, 대충 욕심부리지 않고 빠지기를 몇번. 그 정도하고 너무 들이대지 않은 게 자연스러워서 잘했다며 스스로 칭찬하며 위안했다.
어젠 잠시 혼돈이 왔다. 뭘 위해서 무얼하는지가 좀 바뀐것은 아닌지. A를 하려고 써포트하던 B가 너무 A자리를 꿰차고 있는것은 아닌지. 거기에 더불어, 참으로 경제관념 희박한 A라는 일에 B가 비집고 들어오면서 액수에 대한 과감성이 도를 넘어선건 아닌지. 왠만한 액수에도 끄떡하지 않는 일종의 '불감증'증세마저 출연. 돈을 쫒아도 문제, 일만 쫒아도 문제. 그 적당한 선을 찾는다는 것과 하고 싶은 것. 멋진 것. 우아하고 품위있는 일. 그렇게 보이고픈 것. 거기에 적당한 댓가. 이 모든 것들의 고만고만한 합일점은 여전히 딜레마가 되고 마는 것을 B에서 슬슬 찾아지려 하니, A가 멀어진다. 아니, 그래도 다행인건. 아직 '일'에 대한 욕심은 있다는 것. 어쩌면 불감증 덕분에 A를 할 수 있을거야.. 라는 세뇌가 통해주기를. 그리고 척척은 아니더라도 그럭저럭은 풀려나가길.. 그리고 믿는 한가지. '일 붙는 팔자', 이 역시도 지속되어 주길.
at 2009/07/08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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