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9월 03일
... 그리고 끝의 시작

마음이 잔뜩 가벼워져 있는 탓일까. 오랜만에 감정 기복의 폭이 커진 기분이다. 오전은 내내 전쟁같은 정신없음으로 보내야 했던 첫날이었고, 그것이 원하던 역할과 욕심의 결과라는 것에 뿌듯해하며 힘을 냈다. 힘을 내려하지 않아도 저절로 솟구치는 날이었다. 마구 신이 나서 여기저기 전화를 했고 격양된 어조로 아무것도 아닌 일상을 대단한 일처럼 즐겁게 떠들어댔다. 잠을 제대로 못잤다. 아침 날이 밝는것을 보고 살짝 눈을 감았다 뜬게 고작. 어제는 머리도 새로 했고 대수롭지 않은 대청소를 대수롭게 했다. 한밤중엔 친구가 찾아왔고 자정을 한참 넘기도록 체리를 씹으면서 발렌타인 21년산을 싹 까먹었다. 그렇게나 집에 사람 오는걸 거부하더니, 좋은 일인지 안 좋은건지를 떠나 그냥 그렇게 누군가가 오는게 어쩌다 한번씩은 조금 재미있어질라 하고 있었다. 저녁엔 수업이 있어 다시 나가봐야하고 꽤나 늦게 끝날 예정인지라 그렇게 하루는 슬금슬금 마감될 예정이지만, 실은 마감 후 또 다른 마감을 앞두고 있다. 친구와 한창 술을 즐기고 있던 밤. 전화가 왔었다. 떠나간 첫사랑을 몇년만에 '잠시' 만난 넘의 그녀를 향한 마음을 담은 편지를 한번 읽어봐 달라는.. 그 전화를 너무나 성의없게 메일로 보내놓으라고 끊어버렸는데, 오늘에 생각나 소설과 같은 장문을 읽어내리다보니 어느새 장면장면을 영화처럼 머리속에 만들어내고 있었다. 다 읽고났을때 이미 훌쩍이고 있었는데 답장은 다만 '울뻔했다. 우하하'라고만 보냈다.
# by | 2008/09/03 14:17 | 01.사는모습 | 트랙백 | 덧글(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