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고 끝의 시작


마음이 잔뜩 가벼워져 있는 탓일까. 오랜만에 감정 기복의 폭이 커진 기분이다. 오전은 내내 전쟁같은 정신없음으로 보내야 했던 첫날이었고, 그것이 원하던 역할과 욕심의 결과라는 것에 뿌듯해하며 힘을 냈다. 힘을 내려하지 않아도 저절로 솟구치는 날이었다. 마구 신이 나서 여기저기 전화를 했고 격양된 어조로 아무것도 아닌 일상을 대단한 일처럼 즐겁게 떠들어댔다. 잠을 제대로 못잤다. 아침 날이 밝는것을 보고 살짝 눈을 감았다 뜬게 고작. 어제는 머리도 새로 했고 대수롭지 않은 대청소를 대수롭게 했다. 한밤중엔 친구가 찾아왔고 자정을 한참 넘기도록 체리를 씹으면서 발렌타인 21년산을 싹 까먹었다. 그렇게나 집에 사람 오는걸 거부하더니, 좋은 일인지 안 좋은건지를 떠나 그냥 그렇게 누군가가 오는게 어쩌다 한번씩은 조금 재미있어질라 하고 있었다. 저녁엔 수업이 있어 다시 나가봐야하고 꽤나 늦게 끝날 예정인지라 그렇게 하루는 슬금슬금 마감될 예정이지만, 실은 마감 후 또 다른 마감을 앞두고 있다. 친구와 한창 술을 즐기고 있던 밤. 전화가 왔었다. 떠나간 첫사랑을 몇년만에 '잠시' 만난 넘의 그녀를 향한 마음을 담은 편지를 한번 읽어봐 달라는.. 그 전화를 너무나 성의없게 메일로 보내놓으라고 끊어버렸는데, 오늘에 생각나 소설과 같은 장문을 읽어내리다보니 어느새 장면장면을 영화처럼 머리속에 만들어내고 있었다. 다 읽고났을때 이미 훌쩍이고 있었는데 답장은 다만 '울뻔했다. 우하하'라고만 보냈다.


by 릴루 | 2008/09/03 14:17 | 01.사는모습 | 트랙백 | 덧글(0)

PIXAR전

픽사 애니메이션 20주년 기념전으로 열리고 있는 예술의 전당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의 픽사전. 토이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라따뚜이 등의 놀라웠던 애니메이션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구상되는지의 과정을 볼 수 있는 기회로 단순히 그것들의 장면보다는 프로세스를 엿볼 수 있는 전시다. 놀라운 3D 애니메이션이지만, 그것들의 기초과정에서는 상당히 많은 노력과 끔찍할 만큼 과다한 작업과정, 수작업 등이 곁들여져 만들어지게 되는 총체라는 것을 우리는 맛만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 그 맛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외에 얼마나 수없이 많은 그림과 조각들이 있었을까를 상상할 수 있다. 아티스트들의 작업 스케치에는 승인을 의미하는 도장과 날짜도장 등이 찍혀있다. 벅스라이프를 위한 곤충의 연구, 카를 위한 자동차 움직임의 연구, 니모를 찾아서를 위한 어마어마한 물고기 그림들, 단지 제작 그 자체가 아니라 제작에 들어가기 위한 과정과 스토리 연구를 구경할 수 있다. 실제로 픽사는 처음 컨셉을 잡고 스크립트를 작성해 스토리보드로 전체 스토리의 흐름을 이미지로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전체 제작의 75%가량 할애한다고 한다. 그러한 스토리보드로 만들어진 작업을 볼 수 있는데 실제 완성된 애니와 비교해보면 그것이 얼마나 세밀하게 구상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 제작된 조트롭과 아트스케이프는 꼭 구경하고 나오길 추천한다.


픽사전 공식 사이트 http://www.pixar2008.com/
KB카드를 갖고 가면 20%할인 받을 수 있음.
전시는 9월 7일까지

by 릴루 | 2008/08/26 14:19 | 03.즐길거리 | 트랙백(1)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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